오늘 오랜만에 보쌈과 추어탕을 먹었다.

생일마다 남자친구와 저녁을 먹으면서 보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생일이 지난 지 4개월 된 오늘 내가 꼭 가고 싶던 코리아타운에 가서 좀 뒤늦은 생일 저녁을 먹었다. 점심시간에 갔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인적이 드물고 상점도 드문드문 열려 있었다.

수옥산이란 식당에 무작정 들어가게 됐는데 메뉴를 펴보니 추어탕이 있어서 조금 놀랐다. 말레이시아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한국 요리가 아니니까.

마치 장난처럼 발음까지 ‘추억’이랑 비슷한 추어탕, 나한텐 유일하게 추억이 있는 한국음식이다.

목포에 묵었던 2번째 날이었다. 제주도로 가는 도중에 잠깐 들러서 쉬고 갈까 해서 선택한 장소인데 뜻밖으로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오밀조밀 지어진 집, 구비구비 돌아가는 길, 상쾌하고 잔잔한 바람과 함께 맞이한 아침, 그 잠들었던 작은 도시에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

숙소 근처를 산책 삼아 구경다니다가 길을 잃었고 마침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를 피하기 위해 어떤 골목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주인 할머니가 여기 추어탕이 맛있다고 하셔서 추어탕을 시켰다. 그 맛이 지금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난다. 추워서 그런지 그냥 기분탓인지 너무 맛있었다. 온몸에 퍼진 온기, 외국에서 왔다는 걸 들고는 꼭 마셔보라고 식혜를 서비스로 주신 할머니,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 뭔가 풀린 것 같은 느낌.

이유를 모르고 떠난 여정이었는데 어쩌면 이거 하나 먹으려고, 이 비를 맞으려고 여기까지 찾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 비 오는 날에, 이제 이름조차 기억해낼 수 없는 그 식당에서 행복을 맛보게 되어서.

오늘도 선물받은 기분으로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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