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정의하기 참 어려운 한 해다. 코로나로 세상은 상상치도 못했던 모습으로 변했고 작은 아파트로 줄어든 내 세계에 적응하려는 사이에 연말이 찾아왔다.
이 와중에 삶은 살아지게 되어 있다는 말처럼 인생은 계속되었다. 처음에 당황했었던 번화들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익숙해졌다.
다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코로나 전의 세상이 떠오른다. 예전에 자주 가던 카페, 만난 지 오래된 친구, 오래 전에 짰던 버킷리스트, 몇 년전에 여행갔을 때 찍은 사진. 이런것들 생각날 때마다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때는 너무나 당연하던 일들이 그렇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한 달 더 지나면 크리스마스다. ‘메리크리스마스’라는 말은 우리가 일년을 견뎌내고서 겨우 할 수 있는 말이다. 한 해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이 상황이 끝나거나 세상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가 끝이 난다는 말에 작은 위로나마 받고 싶다.
이 힘든 한 해를 견뎌낸 모두가 수고했고 내년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었으면, 울 일은 덜, 웃을 일은 더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