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photo by Elena Mozhvilo on Unsplash

I started translating Cixin Liu’s sci-fi novella, the Wandering Earth (流浪地球), as a way to practice my writing skills in Korean. As it turned out, I did not finish it – I lost interest halfway, and found other works that interest me more. Still, I’m glad I at least finished the first chapter (there are four), which I decided to post here. You can find the original here, as well as an English translation here (which might be very different from mine in some places, since I translated directly from the Mandarin original).

Also, special thanks to my language exchange partner, Tony, for proofreading my translation! It was fun while it lasted, and I could not have done it without you.


I. 정지 시대

나는 밤과 별, 그리고 여름 외의 계절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정지 시대”가 끝날 무렵, 즉 지구가 자전을 막 정지했을 쯤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지구가 자전을 정지하는 데 정부가 계획한 것보다 3 년이 더 길게, 사십 년 걸렸다.엄마가 우리 가족이 해가 마지막으로 지는 것을 같이 봤다고 하셨다. 해가 마치 지평선 위에 멈춰 버린 것처럼 아주 서서히 기울었고 완전히 사라지는 데 3일이나 걸렸단다. 그 이후로 더 이상‘낮’과 ‘밤’이 없었다. 동반구의 하늘 반 쪽은 완전히 떨어지지 못한 해가 발산하는 희미한 빛으로,십여 년 동안 계속 해가 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 길고 긴 일몰 속에서 나는 태어났다. 

해가 진다고 깜깜하지는 않았다. 행성 추진기가 북반구를 대낮처럼 밝게 비추기 때문이다. 추진력이 워낙 강해서 그 추진력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한 구조를 가진 아시아대륙과 북미대륙에만 설치되었으며, 이 두 대륙 곳곳의 평원에 총 12,000 대가 있었다. 우리 집에서는 수백 대의 추진기가 플라스마 빛줄기를 뿜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크로폴리스 신전만한 궁전의 기둥들처럼 하늘을 찌를 만큼 높으며, 파란색을 띤 흰빛을 내뿜는 거대한 형광등처럼 보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사람이 세균만한 미세한 존재처럼 보이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살던 곳이 조금 그려지는 건가? 아니, 한 가지 더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접선 역추진력으로 지구 자전을 정지시키려면 추진기를 일정한 각도로 기울여야 했다. 빛줄기가 비스듬히 비춰지니 곧 한 쪽으로 무너질 궁전이라고 하면 더 정확할 것 같다. 평생 남반구에서 살던 사람들은 북반구에 와서 이 광경을 보면 아마 혼란에 빠져 혼비백산할 것이다.

이보다 무서운 것은 추진기에서 나온 열이다. 실외 기온이 일년 내내 70-80도나 되다 보니 공기를 냉각시키는 기능이 있는 우주복을 입고서야 외출할 수 있었다.이 높은 기온으로 폭우가 자주 내렸는데 그럴 때마다 추진기의 빛줄기가 먹구름을 뚫고 하늘로 치솟는 것이 참 악몽 같이 끔찍했다고 생각했다. 빛줄기가 구름 사이에 산란하여 온갖 색깔로 이루어진, 파도처럼 용솟음치는 아우라가 되며, 온 하늘이 백열 상태인 화산 용암으로 뒤덮인 것만 같았다. 한 번은 노망난 할아버지가 날씨가 너무 더워서 비가 오는 걸 보고 기뻐하며 우리가 말릴 겨를도 없이 급히 웃통을 벗고 뛰어나가셨다. 추진기의 고온 빛줄기로 뜨거워진 빗물을 맞아서 온 상체는 허물이 벗겨질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으셨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나처럼 북반구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지 시대 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해와 별과 달이 익숙하듯이 말이다. 이전의 인류 역사를 “태양 전 시대”라고 불렸는데 우리에게는 꿈 같은 황금 시대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얼마 후 수업의 일환으로 담임 선생님하고 같은 반 친구들과 (나를 포함하면 총 30 명) 세계 여행을 갔다. 그 때는 지구 자전이 이미 완전히 정지된 상태였고, 지구 정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지구의 이동 방향에 맞춰 추진기의 각도를 가끔씩 변경시키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빛줄기의 강도도 많이 약해져 있었다.  내가 세 살부터 여섯 살까지 계속 그랬었고, 덕분에 여행하는 동안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지구 추진기를 구경하러 갔다. 허베이 스자좡 근처의 태항산 출구에서 가까이 봤는데 금속으로 만들어진 산 같았다. 하늘 반 쪽을 가릴 만큼 높았고 구름 위로 우뚝 솟아 있었으며, 저 서쪽에 아른아른 보이는 태항산맥까지 작은 언덕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로 굉장했다. 애들이 에베레스트산만큼 높겠다고 하며 감탄했는데 효성이라는 예쁘신 담임 선생님은 이 추진기의 높이가 만 천 미터에 이르며 에베레스트산보다 2천 미터나 더 높아서 “신의 버너”라고 불린다고 웃으며 설명해 주셨다. 우리는 추진기의 거대한 그늘에 서서 땅으로 전해 오는 진동을 느껴 봤다.  

효성 선생님 말로는 추진기가 두 가지로 나눠져 있는데 높은 것은 ‘산’이라고 하며 보다 작은 것은 ‘봉’이라고 했다. 우리는 화베이 794 번 산을 등반했다. ‘봉’이라면 대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는데 ‘산’은 자동차를 타고 산을 감고 도는 길로 올라가야 했고 봉을 등반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우리는 끝이 안 보이는 트럭 행렬에 합류해서 철로 된 도로를 타고 올라갔다. 왼쪽은 깎아지른 푸른 금속 절벽이었고, 오른쪽은 밑이 안 보이는 만장 심연이었다. 우리를 둘러쌌던 트럭들은 50톤짜리의 대형 덤프 트럭이었고 태항산에서 파 낸 암석이 가득 실려 있었다. 

곧 5천 미터 고도에 이르렀다. 창밖을 내려다보니 땅이 아득하고 눈앞이 추진기에 반사되는 빛으로 온통 푸렀다.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산소마스크를 썼는데 추진기 분사구와 가까워질수록 빛의 강도와 기온도 급격히 올라감에 따라 마스크의 색깔도 진해지고 우주복에 달린 소형 압축기도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6천 미터 고도에 위치한 연료주입구에도 잠시 들렀다. 트럭들이 붉은 빛을 내는 구멍에 소리없이  암석들을 쏟아 넣는 것을 보고 나는 추진기가 어떻게 암석을 연료로 만드냐고 효성 선생님에게 물어 봤다. 

“핵합성이라는 과정으로 하는 건데 너희들한테 설명하기엔 아주 어려운 학문이니 이 한 가지만 알아 둬라. 행성추진기가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 본 기계 중에 가장 강력한 거고 지금 우리가 와 있는 ‘화베이 794번 산’ 같은 경우에는 풀가동할 때 150억 톤의 추진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

드디어 추진기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분사구가 바로 머리 위에 있었는데 빛줄기 밖에 안 보였다. 직경이 너무 넓어서 끝없이 구름 위로 뻗어 나가는 파란색 플라즈마 장벽 같았다. 

이 벽을 보고 나는 철학 수업 시간에 안색이 초췌하신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수수께끼가 문득 생각났다. 

“들판을 걸었다 갑자기 사방으로 한없이 펼쳐 나가는 벽이 나타났는데 그 벽이 무엇일까?”

나는 몸서리를 치고는 이 수수께끼를 효성 선생님한테 알려 드렸는데 선생님은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다. 나는 선생님한테 다가가 입을 귓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그 끔찍한 정답을 말했다.

“죽음이요.”

선생님은 가만히 나를 잠시 쳐다보고는 갑자기 나를 꼭 끌어안았다. 선생님 어깨 너머로 바라보니 어렴풋이 보이는 땅에서 금속으로 된 뭇 산들이 지평선까지 빽빽이 늘어서는 것이 보인다. 산꼭대기에서 뿜어내는 빛줄기들은 비슴듬히 자란 나무들처럼 곧 무너지기라도 할듯 낮게 드리운 하늘을 뚫을 것만 같았다. 

그 다음에 우리는 바다에 갔다. 높은 빌딩의 옥상 부분이 해면 위로 떠오르면서 썰물에 들어왔던 바닷물이 수많은 빌딩의 창문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인류가 지구 자전을 정지시킨 지 아직 얼마 안 되었지만 이미 지구 전체에 극심한 피해를 입힌 모양이다.  행성 추진기를 가속시킬 때 일으킨 조수가 북반구 3분의 2의 대도시를 침수시켰으며, 거기다 추진기의 열로 극지의 빙하마저 녹아 버려서 남반구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규모가 큰 홍수가 발생했단다. 

할아버지는 30년 전에 상하이가 백 미터의 파도에 침수된 걸 목격하셨다는데 그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마치 그 파도가 바로 눈앞인듯 두 눈은 한 곳만 바라보셨다.  지구가 우리들이 떠나기 전에도 이 정도까지 파괴되었는데 앞으로 길고 긴 우주 여행은 또 우리에게 어떤 고난을 가져올 건가? 

우리는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했다. 옛날 사람들이 쓰던 교통 수단이라고 한다. 추진기에서 나온 빛줄기가 우리 뒤에서 점점 멀어지고 이대로 하루만 더 지나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바다는 역시 신기한 광경을 연출했다. 한 쪽은 서쪽의 추진기에서 전해 온 푸른 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또 다른 한쪽은 동쪽 수평선 아래의 태양으로부터 보내 온 분홍색 빛에 물들어 있다. 두 가지 색깔로 딱 갈라지며, 그 중간에서 우리는 이 양쪽 세상 사이의 경계선을 디디면서 앞을 향했다. 그러나 푸른빛은 약해지고 분홍색 빛은 강해지면서 불안한 기운이 모두에게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선실에 들어가서는 다시 갑판에 나오지 않았고 밖이 안 보이게 현창 커튼까지 꽉 닫았다. 

그 다음 날 우리가 두려워 했던 순간이 찾아왔다. 모두가 교실로 사용되었던 큰 선창에 모였고 효성 선생님은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 

“얘들아, 이제 해가 지는 걸 보러 가야 된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효성 선생님은 몇 번이나 재촉해 봐도 모두가 얼어붙은듯이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옆에 서 있었던 다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저번에도 말했을 텐데 세계 여행은 애들이 근대 역사 공부 시작할 쯤에 하는게 나아요. 그러면 심리적으로 적응하기 더 쉬우니까요.”  

“그러면 근대 역사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서 배웠을 거예요, 이 모든 거.” 효성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하고는 반 임원들에게 당부했다. “친구들 데리고 나가 봐. 무서워 하지 마, 얘들아. 선생님도 해 지는 걸 처음으로 볼 때 많이 긴장됐었는데 한 번 보니까 괜찮아지더라.”   

아이들이 이제서야 한 명씩 일어나서 선실 문으로 발을 옮겼다. 그 때 누군가 땀에 젖은 손으로 내 손을 잡았는데 뒤돌아 보니 영아다. 

“나 무서워…” 영아가 흑흑 흐느껴 울면서 말하기에 나는 위로의 말을 건네 봤다.   

“예전에 티비에서 본 적 있잖아, 별 거 아닐 거야.”  

“그게 똑같을 수 있겠어? 티비에서 뱀 보는 거랑 실제로 뱀 보는 거랑 똑같을 것 같아?” 

“그래도 올라가야 돼. 안 그러면 감점이라니까!” 

우리는 서로 손을 꽉 잡고 인생의 첫 번째 일몰을 보러 다른 애들과 벌벌 떨며 갑판에 올라갔다. 

“인간은 최근 삼사 백년에 들어서야 태양이 공포의 화신이라고 보기 시작한 거야.” 효성 선생님은 선수에 서서 우리에게 설명했다. “그 전에는 태양이 무섭지 않았고 오히려 장엄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그때는 지구가 아직 자전을 멈추지 않아서 사람들이 매일 매일 일출이랑 일몰을 볼 수 있었어. 해가 뜨는 걸 보면서 환호했고 또 해가 지는 걸 보면서 아름답다고 찬송했지.”  

마침 그때 바닷바람이 불어와서 선생님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그녀 뒤에, 저 머나먼 수평선에서 몇 가닥의 빛이 불쑥 솟아올랐다. 마치 바다 속에 잠복하고 있는 커다란 괴물의 콧김 같았다. 

우리는 드디어 그 끔찍한 불빛을 봤다. 처음에는 그저 수평선 위의 작은 점이었는데 급속히 커지면서 동그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 순간에 느꼈다. 누군가에게 목이 조이는 느낌. 엄청난 공포감에 숨이 막히고 바닥이 갑자기 꺼져서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로 한없이 추락. 나하고 가냘픈 몸을 벌벌 떨고 있는 영아, 다른 아이들, 다른 사람들, 그리고 이 온 세상까지 다. 

철학 선생님이 알려 준 수수께끼가 문득 생각났다. 그 벽이 무슨 색깔이냐고 여쭤 보았는데 아마 까만색이라고 하셨었다. 나는 그 게 아닌 것 같았다. 내 상상 속 죽음의 벽이 눈부신 흰색이었고 추진기의 플라즈마 빛줄기를 보고 죽음이 생각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죽음이 더 이상 까만색이 아니고 번개의 색깔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 번개가 마침내 찾아올 때, 이 세상 모든 것이 순식간에 증발될 것이란다.  

태양 내부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화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천체물리학자들이 삼백 년 전쯤에도 발견한 사실이다. 이 현상을 알아챈 이들은 태양 내부를 관통할 수 있는 탐지기를 보냄으로써 태양 진화 과정을 추산할 수 있는 정교한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수학적 모델로 실시한 추산에 의하면 태양이 이미 주계열을 이탈했다.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수소핵융합반응이 곧 태양 내부 곳곳까지 퍼져나가면서 헬륨 섬광이라는 폭발 현상을 일으키며, 이로써 태양이 지구를 온통 삼켜 버릴 만큼 거대하고 암울한 적색거성이 되어버릴 것이다. 

물론 지구는 헬륨 섬광이 발생할 때 흔적 없이 증발되어 버릴 것이다. 

이 현상은 사백 년 이내에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었으며, 지금은 이미 삼백팔십 년이 지나간 것이다.  

태양계에서 인류가 거주 가능한 모든 지구형 행성들은 이러한 태양 격변으로 괴멸될 것이고, 목성형 행성들도 원래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궤도를 이탈하게 될 것이다. 헬륨 섬광 현상도 한 번 터지면 태양 중심에 중원소가 응집함에 따라 한참 동안 거듭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한참’이라는 말이 항성 진화의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치로 표현하자면 인류 역사의 천 배쯤 될 수도 있는 기나긴 시간이다. 

더 이상 우리가 태양계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된 마당에 우리에게 유일한 살길은 다른 행성계로 이주하는 것밖에 없었다. 전인류 이주를 이룬다는 전제하에 기존 기술로 가능한 목적지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항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고, 거기까지 가는 데 4.3광년 걸릴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들이 이주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의견일치를 보았지만 어떻게 이주하느냐에 대해서는 공통된 인식에 못 이르렀다. 

선생님은 수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우리에게 일출을 두 번 더 보여주었다.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태평양 위를 두 번 왔다 갔다 함으로써 만들어낸 가짜의 일출 말이다. 두 번이나 보니 이제 완전히 적응이 되었고 매일 태양을 보고 살아야만 하는 남반구 아이들도 무사히 잘 살아갈 거라는 사실까지 믿겨졌다. 

그 후로 우리는 태양 아래에서 항해했다. 태양이 갈수록 높이 뜨면서 겨우 시원해졌던 날씨도 다시 더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객실에서 자다가 밖에서 아이들이 소란을 떨고 있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마침 그때 영아가 문을 열고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우주선파랑 지구파 또 싸운다!’ 

사백년 동안 싸웠으니 이제 별 관심도 없었지만 그래도 잠깐 밖으로 나가 봤다. 남자 아이들 몇 명이 한 덩어리로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 동아라는 아이가 있는데 딱 봐도 얘가 먼저 시비를 걸었던 것이 분명했다. 부전자전이라더니 동아의 아버지도 아주 고집불통인 우주선파 일원이고 지금도 아직 반정부 폭동에 참여한 죄로 철창살이를 하고 있다. 

효성 선생님과 몸집이 크고 힘센 선원 몇 명이 아이들을 겨우 떼어 놓았더니 코가 피투성이인 동아는 팔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지구파 싹 다 바다에 던져 버려!” 

“선생님도 지구파인데 설마 선생님까지 바다에 던지겠다는 거니?” 

효성 선생님이 물었다.

“지구파 싹 다 바다에 던져 버리겠다고요!” 

동아는 전혀 양보할 기색이 없어 보였다. 최근 전 세계에서 우주선파 세력이 재기하는 추세를 보이자   

우주선파를 옹호하는 이들의 기세도 다시 불붙었다. 

“우릴 왜 이토록 미워하는 거니?” 효성 선생님이 물어보자 우주선파 아이들 중 몇 명이 크게 외쳤다.

“우리는 지구파 바보들이랑 지구에서 죽기만 기다리기 싫어요!”

“우주선 타고 갈래! 우주선 만세!”

효성선생님이 손목에 차고 있던 소형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켰다. 홀로그램이 공중에 뿅 나타나자 아이들이 시선이 이끌려 잠시 조용해졌다. 투명하게 반짝이고 직경이 약 10센티미터인 유리공이다. 공기도 스며들지 못하는 밀폐된 구조이고 전체 크기 ⅔ 가 되는 분량의 물이 담겨 있었다. 그 물 속에 새우와 산호가지가 하나씩, 그리고 녹색조류 식물들이 들어가 있고 새우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효성 선생님이 말했다.

“이게 자연학 과제로 동아가 만든 거야. 새우, 산호랑 조류 식물들 외에 눈에 안 보이는 세균도 들어 있단다. 너희들이 보다시피 이 생물들은 서로 의지하면서 상호작용으로 이 밀폐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거지. 새우가 산호가지 먹이로 삼고 물에서 산소를 얻으면서 이산화탄소랑 유기물이 들어 있는 배설물이 생성되고, 세균이 또 이 배설물을 이산화탄소랑 무기물로 분해시키고, 그 다음에 해초가 이 무기물이랑 인공 일광으로 광합성을 해서 영양소 생성, 지속 성장, 그리고 번식 등 기능의 유지를 확보하고 새우에게 산소도 제공하고… 이런 생태순환이 보장되는 환경에서는 햇빛만 제공해 주면 여기 있는 모든 생물들이 별 문제없이 잘 살아가겠지? 이건 선생님이 여태까지 본 과제 중 제일 잘한 거거든. 동아를 비롯해 다른 우주선파 애들의 꿈까지 담겨 있는, 너희들이 꿈 꿔 왔던 우주선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잖아! 동아는 이 작은 공간 속의 세계가 오래 오래, 그 새우의 생명이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다고 믿는대. 그러기 위해 엄격한 수학 모델을 바탕으로 여기 들어가 있는 모든 생명들의 신진대사가 완벽한 균형을 이룰 수 있게 유전자 개조까지 했어. 다른 선생님도 동아의 작품 많이 좋아했어. 요구되는 강도의 인공 일광 아래에 두고 동아의 예측을 믿으면서 이 작은 세계에 행운을 빌었지. 근데 십여 일밖에 안 지나서…”

효성 선생님이 자기가 가져온 작은 상자 안에서 그 유리공을 꺼냈다. 죽은 새우가 물 위에 떠 있었고 물도 지독히 흐리고 탁했다. 썩은 조류식물은 더 이상 녹색이 아니고 생명이 없는 털덩어리로 변해 산호를 뒤덮고 있었다. 

효성 선생님은 그 죽음의 세계를 들어올렸다.

“이 세계가 결국은 죽음을 맞았어. 그 이유를 아는 사람?”

“너무 작아서요!”

“맞아. 너무 작아서 그런 거야. 이렇게 작은 생태계는 아무리 정교해도 시간의 시련을 결국 견디지 못할 거고, 우주선파 상상 속의 우주선도 마찬가지일 거야.”

“상하이나 뉴욕만큼 큰 우수선을 만들어내면 될 텐데요.” 동아가 아까보다 훨씬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인류가 가진 기술로는 그게 한계이긴 하지. 근데 그런 생태계도 지구에 비해 너무 작아.”

“새로운 행성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건 너희들에게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말이지. 프록시마 센타우리엔 행성이 없고 그 외에 우리랑 가장 가깝고 주변에 행성이 있는 항성은 팔백오십 광년을 거쳐야 닿을 수 있거든. 지금 인류가 만들 수 있는 우주선의 속도한계가 광속의 0.5%페센트밖에 안 되니까 십칠만 년 동안 항행해야 도착할 수 있을 텐데 우주선 크기의 생태계가 그 시간의 1/10도 못 버틸 거야. 얘들아, 생태계와 생태순환이란 과정은 지구의 크기 정도 되어야 오래 오래 유지될 수 있단 말이다. 이 한없는 우주 속에서 지구를 떠난 우리는 사막에서 엄마와 떨어져 있는 아기와 다름없을 거야!”

“근데… 선생님, 시간이 부족하잖아요. 우리가 추진기를 가속시켜서 안전한 거리까지 이동하기 전에 태양이 폭발할 거예요!” 

“시간은 충분할 거야. 우린 연합 정부를 믿어야 돼! 선생님이 이 말 도대체 몇 번 말해야 되니? 이렇게 말해 줘도 믿기지 않는다면 그냥 눈 질끈 감고 이렇다 치자. 결국 모두 멸망한다 해도 영광스러운 죽음일 거야! 이미 최선을 다 했으니까!” 

인류가 태양계를 탈출해 프록시마 센타우리로 이주하는 계획은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었다. 1 단계는 행성추진기로 지구 자전을 정지시키고 추진기 분사구를 지구 자전의 반대 방향으로 고정시키는 것이다. 2 단계는 행성추진기를 풀가동시켜 태양계를 벗어나는 것이며, 3 단계는 꾸준히 가속도를 붙여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향하는 것이다. 4 단계는 추진기 방향을 바꾸고 지구 자전을 회복함으로써 감속하는 것이며, 5 단계는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궤도에 진입해 그 항성의 위성이 되는 것이다. 이 다섯 단계는 정지 시대, 탈출 시대, 유랑 시대 I (가속), 유랑 시대 II (감속) 그리고 신태양  시대로 불리기도 했다. 이천오백년이 걸리고 백대에 걸쳐야 하는 대장정이다. 

우리는 지구의 뒷면까지 항해했다. 햇빛도, 추진기의 빛줄기도 닿을 수 없는 이 곳에서 우리는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난생처음으로 별들로 수놓인 밤하늘을 봤다. 어찌나 예쁜지 홀리기라도 한듯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효성 선생님이 우리를 끌어안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얘들아, 저기 봐라! 저거 바로 프록시마 센타우리야. 미래의 우리 집이구나.” 

선생님은 이 말을 하고 나서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리도, 무뚝뚝하게만 보이던 선원 아저씨들과 선장까지도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눈물을 글썽이며 선생님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밤하늘이 눈물로 흐려지고 비뚤어졌어도 그 유일하게 까딱하지 않고 가만히 빛을 내고만 있는 별, 마치 밤바다의 거친 파도 너머 멀리서 아련하게 보이는 등대 같았다. 눈이 닿는 곳곳이 하얗게 얼어붙은 황야 속에서 헤매다 얼어죽어가는 가운데 아득하게 비쳐온 불빛, 우리 마음 속의 태양, 앞으로 백대를 거쳐 고난의 바다를 건너야만 하는 인류가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희망. 

집에 돌아가는 길에 지구가 출발한다는 첫번째 신호를 봤다. 밤하늘에 거대한 혜성이 스쳐지나갔는데 달이란다. 달까지 데리고 도망갈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 지구가 가속도가 붙을 때 서로 부딪치지 않게 달에다 추진기를 설치해서 지구 궤도에서 이탈시키는 것이다. 추진기의 빛줄기로 커다란 혜성처럼 보이는 달 때문에 바다가 온통 푸른빛이고 별들도 안 보였으며, 결국 달이 밀려날 때 생기는 조석 현상으로 파도가 크게 일어서 비행기로 갈아타 남반구에 있는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이 왔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행성추진기의 강력한 빛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비스듬히 비추었던 빛줄기가 이제 하늘로 곧게만 뻗어가고 강도가 예전보다 몇 배나 강해졌다. 추진기가 모두 전속력으로 운행하면서 백미터의 파도가 우르렁거리며 육지로 밀려왔다. 뜨거운 물 폭풍이 하늘을 찌를 듯한 빛줄기들 사이로 몰아치며 나무들을 뿌리째 뽑아내 버렸다. 지금의 지구도 우주에서 보면은 아주 큰 혜성처럼 보였을 것이다. 캄캄한 우주 속을 뚫고 날아가는 푸른 혜성. 

지구, 그리고 인류가 출발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지구가 출발할 때 이전의 화상이 악화되어서 돌아가셨다. 임종할 즈음에 이 말을 계속 반복했다. 

“지…지구… 헤매야 하는 내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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