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을 왜 공부하는 거야?” 요 몇 년 간 한국말을 배우면서 많이 받아 본 질문이다.

답은 사실 나도 모른다. 재미로 시작한 것만큼은 알지만 무엇을 위해 이 길을 쭉 걸어왔는지는 모르겠다. 한국 문화나 케이팝 음악을 좋아해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달리 명확한 이유가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대로 대답해 왔다. 재미있어서 공부한다고.

그럴 때 늘 돌아오는 대답은 바로 “그럼 왜 굳이 한국말을 선택했지?”다. 그러게. 재미있는 언어가 많을 텐데 왜 한국어에만 몰두했을까? 한국어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한국말이 편하다.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한국말을 쓰는 게 그냥 자연스럽고 내 삶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사전을 찾아가면서 책을 읽어도, 말을 더듬거리고 서툴러도 이상하게 이질감이 들지 않고 포기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여러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언어 사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고들 하는데 나는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기보단 언어마다 자아가 다르게 표현되는 거라고 본다. 나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고 그래서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면서 지금까지 내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그동안 말로 나타낼 수 없었던 생각과 감정들을 표현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주로 모국어, 영어 그리고 한국말로 글을 쓰는데 같은 내용이라도 다르게 풀려가서 결과물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언어마다의 특성이 다른 것도 있지만 정서적으로 너무나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도 문제다. 너무 아파 차마 못 꺼내는 말은 영어로 하면 고통이 덜하게 되고, 칼같이 깔끔하고 논리적으로 풀어야 되는 것들은 영어 아닌 모국어로 해보려고 하면 말이 실처럼 뒤엉키고 생각이 어지러워지는 게 아닌가.

한국어는 딱 그 극과 극의 사이에 있다. 영어나 모국어로 하기 힘들거나 부끄러운 말들, 주변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감히 드러내지 못하는 생각과 감정들, 이리저리 끼지 못하고 두 언어 사이에 헤매야만 하는 내 영혼의 편린들을 모두 안아준다는 말이다.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아픔을 걸러내 입에 올리기 힘든 말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지금처럼 평소에 못하는 말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계속 배우는 게 아닐까. 이미 스며들어 버려서. 그래야 지금의 내가 온전할 수 있어서. 더 이상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멀리 와 버려서.

그게 참 다행이어서.

3 thoughts on “ 내가 한국어를 배워야만 하는 이유 ”

  1. I can’t believe I can understand a lot of it. I’ll translate it latter to understand it better But I want to say this, it’s beautiful the way you see things and explain them. It’s always a joy reading your po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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