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코로나로 인한 이동 통제령이 풀린 이후로, 6개월만에 외출을 했다. 남자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나간 건데 식당으로 가는 길에 내가 다니던 대학교의 옛 캠퍼스를 지나갔다. 잠시 차를 세우고 멀리서 바라봤더니 익숙한 흔적 하나도 없이 낯선 풍경이었다.  정문 앞에 있던 나무들도, 교실 겸 행정동으로 쓰이던 회색 건물도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높은 흰색 병원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

Read more "외딴섬"

언니

나에게도 언니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나보다 두 살 나이가 많고, 엄마를 닮아서 웃을 때마다 눈이 반달 모양이 되는 언니. 같이 등하교하고 학교가 끝난 후에 집에 와서 같이 간단한 점심을 해 먹는 언니. 나보다 조금 키가 더 커서 비오는 날에 항상 우산을 들어 주는 언니. 천천히 가자고 하며 발걸음을 늦춰 주는 언니. 한쪽 […]

Read more "언니"

스물일곱

요즘 ‘시간이 참 빠르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분명히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것저것 하느라 바쁜 사이에 2월이 끝나고 3월이 찾아왔다. 3월, 곧 내 스물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할 거란 뜻이다. 스물일곱은 스물 중반을 지났지만 스물여덟보다 서른과 한살이라도 멀어서 이상하게 뭔가 안정된 것 같으면서도 불안한, 이리저리 끼지 못하는 묘한 숫자다. 또, 꼭 마지막 기회인 […]

Read more "스물일곱"

추억 속의 추어탕

오늘 오랜만에 보쌈과 추어탕을 먹었다.

생일마다 남자친구와 저녁을 먹으면서 보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못했다. 그래서 생일이 지난 지 4개월 된 오늘 제가 꼭 가고 싶은 코리아타운에 가서 좀 뒤늦은 생일 저녁을 먹었다. 점심시간에 갔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인적이 드물고 상점도 드문드문 열려 있었다.

Read more "추억 속의 추어탕"

2020

2020년은 정의하기 참 어려운 한 해다. 코로나로 세상은 상상치도 못했던 모습으로 변했고 작은 아파트로 줄어든 내 세계에 적응하려는 사이에 연말이 찾아왔다.

이 와중에 삶은 살아지게 되어 있다는 말처럼 인생은 계속되었다. 처음에 당황했었던 번화들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익숙해졌다.

Read more "2020"

내가 생각하는 파란색

파란색은 나에게 낯선 색깔이다.

어렸을 때 남자 아이를 위한 색깔이라고 교육을 받았었던 것도, 나중에 조금 커서는 동생이 앞서 파란색은 자기 것이고, 뭐든지 다 파란색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며 파란색을 자신만의 색깔로 찍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색깔을 선택해야 했었던 것도, 언제나 나에게 허락되지 않고, 멀리서 봐야만 한 존재였다.

Read more "내가 생각하는 파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