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번역을 왜 하는가

최근 들어 많이 고민해 본 질문이다. 얼마 전에 내가 아는 작가분의 단편 소설을 영어로 번역해 봤다. 함축적인 표현과 중국어로도 조금 껄끄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어구가 많이 들어간 데다 문화적으로 잘 옮겨지지 않는 개념도 많아 도저히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번역자로서 내가 얼마만큼 작품에 개입할 수 있는지, 또는 가독성을 위해 글을 다듬는답시고 작가의 개성과 정서를 내 맘대로 바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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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코로나로 인한 이동 통제령이 풀린 이후로, 6개월만에 외출을 했다. 남자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나간 건데 식당으로 가는 길에 내가 다니던 대학교의 옛 캠퍼스를 지나갔다. 잠시 차를 세우고 멀리서 바라봤더니 익숙한 흔적 하나도 없이 낯선 풍경이었다.  정문 앞에 있던 나무들도, 교실 겸 행정동으로 쓰이던 회색 건물도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높은 흰색 병원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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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에게도 언니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나보다 두 살 나이가 많고, 엄마를 닮아서 웃을 때마다 눈이 반달 모양이 되는 언니. 같이 등하교하고 학교가 끝난 후에 집에 와서 같이 간단한 점심을 해 먹는 언니. 나보다 조금 키가 더 커서 비오는 날에 항상 우산을 들어 주는 언니. 천천히 가자고 하며 발걸음을 늦춰 주는 언니. 한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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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요즘 ‘시간이 참 빠르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분명히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것저것 하느라 바쁜 사이에 2월이 끝나고 3월이 찾아왔다. 3월, 곧 내 스물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할 거란 뜻이다. 스물일곱은 스물 중반을 지났지만 스물여덟보다 서른과 한살이라도 멀어서 이상하게 뭔가 안정된 것 같으면서도 불안한, 이리저리 끼지 못하는 묘한 숫자다. 또, 꼭 마지막 기회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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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추어탕

오늘 오랜만에 보쌈과 추어탕을 먹었다.

생일마다 남자친구와 저녁을 먹으면서 보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못했다. 그래서 생일이 지난 지 4개월 된 오늘 제가 꼭 가고 싶은 코리아타운에 가서 좀 뒤늦은 생일 저녁을 먹었다. 점심시간에 갔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인적이 드물고 상점도 드문드문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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